[열린광장] LA 여름밤을 수놓은 피아노 선율
지난 8월1일 LA의 대표적 공연장인 할리우드 보울에서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성시연 객원 지휘자가 이끄는 LA필하모닉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연주했다. 그가 지난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을 차지할 때 연주한 곡이다. 유튜브 조회 수가 벌써 1200만 회를 넘어섰고, 지금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과 연주회를 하고 있다. 할리우드 보울은 엔젤리노들이 사랑하고 자랑하는 꿈의 무대다. 그동안 프랭크 시내트라,루치아노 파바로티, 비틀스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다녀갔다. 여러 번 와본 곳이지만 이날은 주차장부터 전쟁터 같았다. 1만8000석이나 되는 좌석에 빈 곳이 있으면 어쩌나 했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한인들도 많이 보였다. 우리 부부는 두 딸과 함께 4인 칸막이 좌석에 앉았다. 모두 와인과 간식거리를 탁자에 놓고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딸이 와인과 간식을 내놓는 동안 2023년 할리우드 볼 공연 일정 소개 책자를 펼쳤다. 그 한가운데 4페이지에 걸쳐 임윤찬 피아니스트와 성시연 지휘자가 소개되어 있었다. 이제 겨우 19세인 임윤찬은 예술가다운 모습이었다. 이런 그의 모습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그의 인터뷰 내용 중에 답이 있을 것 같다. “중학생 시절 호르비치와 뉴욕 필하모닉이 녹음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을 1000번 정도 들었다. 리스트의 단테 소나타를 연주하기 위해 단테의 신곡을 외울 만큼 여러 번 읽었다. 아직도 배울 게 많다. 가장 영감을 준 음악가는 신라의 가야금 연주자 우륵이다. 야망은 1%도 없다. 산에 들어가 피아노만 치고 살고 싶다. 음악은 세상에서 몇 안 되는 진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인간에게 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새 임윤찬과 성시연이 나와 인사하고 자리를 잡는다. 관중들은 기립 박수로 그들을 맞았다. 와인향이 은은하게 퍼지고, 서쪽 하늘에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면서 임윤찬의 힘차고 신들린듯한 연주가 시작됐다. 지휘자인 성시연은 현재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 오클랜드 필하모닉의 수석 객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뒤로 질끈 동여맨 긴 머리카락이 그녀의 정열적인 지휘에 따라 같이 춤을 췄다. 그녀의 지휘도 예술이었다. 한 시간이 조금 안 되는 연주가 끝나자 청중들은 열렬한 기립 박수를 보냈다. 무대에서 퇴장했던 그가 여러 번 나와 인사를 했지만 박수는 그치지 않았다. 그의 앙코르 곡은 쇼팽의 에튀드10-3 ‘이별의 노래’ 였다. 예술가곡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다. 성시연이 이끄는 LA 필하모닉은 한 시간 가량 더 라흐마니노프의 ‘심포니 댄스’를 연주했다. 최근 한국은 세계적인 젊은 피아니스트를 세 명이나 배출했다. 조성진,선우예권, 임윤찬이 그들이다. 우리에게는 도도히 흐르는 예술혼이 있음을 보여준다. 진주의 촉석루,밀양의 영남루, 평양의 부벽루에서 자연과 어울려 시문을 노래하던 선비들이 물려준 것들이다. 평범한 우리에게도 숨겨진 예술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찾을 기회가 없었고,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일 뿐이다. 누구라도 이것을 찾아내어 생활화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답게 보이고, 우리 속에 숨어있을 희망의 불빛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최성규 / 베스트 영어 훈련원장열린광장 여름밤 피아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성시연 지휘자 라흐마니노프 협주곡